베네수엘라 포스벤(POSVEN) 프로젝트 브라질 코브라스코(KOBRASCO) 프로젝트
 
포스벤 프로젝트는 포스코건설 출범 직전에 싹을 틔웠다. 미국의 레이시온(Raytheon)사가 베네수엘라에 연산 150만톤의 HBI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해 1994년 10월 PEC에 사업제안서를 보내면서 비롯됐다.

당시 2기 미니밀 사업추진을 확정한 포스코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미니밀의 주원료인 고철이 시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편이어서 미니밀의 품질 확보를 위해 고철 대체원료인 HBI(Hot Briquetted Iron: 직접환원철)의 안정적인 조달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포스코는 1993년 7월부터 HBI 수급방안과 합작투자를 검토해 오다가 1994년 8월 호주의 BHP사와 HBI 합작투자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해 11월 PEC가 베네수엘라 HBI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자 포스코는 이에 관심을 보였고, 포스코건설이 출범한 뒤인 1995년 2월 김만제 포스코 회장이 BHP는 포스코에서 추진하고, 베네수엘라 HBI는 포스코건설과 포스틸이 협조해서 사업을 추진하도록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1995년 7월 합작투자를 위한 포스코그룹(포스코건설 및 포스틸)과 레이시온사간의 MOU가 체결됐다. 이후 양자는 사업성 검토에 들어갔다.

1996년 3월부터 5월까지 이어진 사업성 검토 작업은 상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줄다리기의 연속이었다. 이 와중에 파이낸싱 방안의 미확정과 프로젝트 전체 금액의 상승으로 급기야 포스코가 사업포기를 선언하고 사업성 검토를 중단했다. 그러나 레이시온사의 적극적인 노력과 포스코의 HBI 원료 확보 필요성은 결국 1996년 7월 27일 포스코를 포함한 8개 주주 사간에 포스벤 설립을 위한 기본협정(Basic Agreement)을 체결하는 것으로 결말 지어졌다.

그 후 1997년 1월 20일 8개사 대표가 모여 조인트 벤처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포스코가 최대주주로서 40%의 지분을 갖는 합작법인 베네수엘라 ‘POSVEN C.A.’가 탄생했다. 여기에 포스코건설과 포스틸이 각각 10%의 지분으로 참여함으로써 포스코 그룹이 지분의 60%를 소유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동부제강의 미국 법인인 동부USA가 10%, 현대종합상사가 5%의 지분으로 참여했으며, 사업개발사인 미국의 레이시온사가 10%, HBI 기술특허를 보유한 멕시코의 힐(HYL)사가 5%, 그리고 베네수엘라 현지의 훼로미네라(FMO)사가 10%의 지분으로 참여해 그야말로 다국적 합작법인이 탄생했다.

같은 날 포스코건설은 레이시온사와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해 베네수엘라 ‘POSVEN C.A.’로부터 프로젝트의 사업관리(PM), 설비조달,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주했다. 전체 금액 2억 6300만 달러의 27%인 7140만 달러 분을 수주한 것이었다. 이로써 포스코건설은 합작법인의 주주사로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공장건설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합작법인 설립 후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파이낸싱에 들어갔으나, 이 또한 지루한 줄다리기의 연속이었다. 1997년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나라가 IMF 위기상황으로 치닫자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외부차입)도 우리나라 은행들의 신뢰도 추락과 함께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다행히 국제 신용조사 기관으로부터 높은 신용도를 인정받고 있던 포스코가 주간사 은행인 미국의 시티뱅크와 힘을 모아 IMF 관리체제 진입 선포 하루 전인 1997년 12월 19일 극적으로 신디케이트론을 받아냄으로써 위기일발의 순간을 넘겼다. 이로써 시티뱅크 등 15개 은행으로부터 주주사의 지분에 비례한 보증을 통해 2억 6600만 달러를 차입했다.

1997년 3월 투자자의 최초 자본금이 납입되고, 4월 7일에는 정식으로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체결 계약서에 서명했다. EPC 계약 협상 과정에서 포스코건설은 미국의 레이시온사와 지속적으로 역할 분담과 공급구분 사업 수행 방법 등을 협상해 나갔고, 내부적으로 EPC 계약과 컨소시엄 계약서의 법률적 검토를 통해 불일치 사항과 불합리한 사항을 조정해 나갔다.

당시 협상 과정에서 설비공급을 레이시온사와 포스코건설이 60 대 40으로 조정한 것은 큰 성과였다. 당초 레이시온사는 90 대 10(포스코건설)정도의 설비 공급을 묵시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설비별 공급 가격이 결정되고 각 사의 공급설비를 결정하는 협상에서 위험과 이윤, 그리고 공급업체, 공급 방법을 면밀히 분석해 부대설비에서 주요설비로 공급범위를 반전시키고 10%가 아닌 40%를 주장해 공급 설비에 대한 상당한 경제적 실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1999년 6월 준공을 목표로 1997년 5월 23일 착공식을 가진 HBI 공장은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카리카스에서 동남쪽으로 약 500㎞ 떨어진 볼리바(Bolivar)주 푸에르토 오다즈(Puerto Ordas) 공단 내에 위치했다. 베네주엘라에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철광석이 풍부하고 천연가스와 전기료가 저렴해 전 세계 HBI 생산능력의 50%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합작공장의 설비는 지분 참여사인 멕시코의 힐사가 개발한 것으로, 일본의 고베제강이나 호주 BHP사가 채택하고 있는 설비에 비해 건설기간이 짧고 원가가 저렴한 최신 설비였다.

의욕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포스벤 프로젝트는 순탄하지 못했다. 계획상으로는 1999년 6월까지 시운전을 마치고 포스벤측에 인도하도록 돼 있었으나, 시공과 시운전에서 공기가 20개월이나 지연돼 2001년 1월 27일에야 시운전(PAT)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스벤사와 레이시온사 간의 분쟁으로 최종 수락시험(FAT)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국제분쟁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이처럼 건설이 지연된 것은 시공상으로는 현지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과 강성 노조의 빈번한 파업이 첫째 원인이었다. 이 외에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선거 등 임금 인상 요인이 잠재해 있었고, 현지 시공사와의 잘못된 계약도 문제의 한 요인이었다. 현장의 시공관리와 감독 소홀도 원인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시운전 과정에서도 힐사의 시운전과 조업기술에 의존하다 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3개월 예정이었던 시운전이 10개월이나 걸리기도 했다. 그밖에도 24개월이라는 계약공기가 애초부터 무리한 점도 있었고, 최대 HBI 수요처로서 생산량의 70%를 수입하기로 한 포스코가 2기 미니밀 설치를 중지하게 되자, HBI를 국제시장에 판매해야 했는데 이때 HBI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었다.

20개월이나 공기가 늦어져 가까스로 가동에 들어갔으나, 생산 제품인 HBI의 품질 불량을 이유로 포스벤사는 FAT수행을 계속 거부했고, 레이시온사는 계약상 조건에 없는 품질 문제를 가지고 FAT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계약 종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 기일이 돌아왔다. 물론 공장이 정상 가동된다면 공장을 담보로 차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정상이었으나, 공장은 FAT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주주사들이 차입금을 상환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주주사들은 2억 6600만 달러의 차입금을 지분 비율로 변제 상환해야만 했다.

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포스벤사의 노조 파업으로 인해 2001년 8월 28일에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 1월 25일에는 포스벤에서 리버티 뮤추얼에 P-Bond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리버티 뮤추얼의 거부로 포스벤은 청구소송을 뉴욕 법정에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포스벤사의 대주주인 포스코는 사업 철수를 추진했다. 제대로 제품을 생산해 보지도 못하고 사업에서 철수하게 되면 최대 주주인 포스코가 입을 금전적 손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사업 철수를 추진한 것은 포스벤의 장래가 비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HBI가 공급과잉 상태여서 중장기적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한데다 포스벤의 설비와 프로세스에 대한 확신 결여, 그리고 베네수엘라 국내정세와 경제 악화 등이 원인이었다. 설비를 보완하려면 1800~22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차라리 철수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던 것이었다.

결국 2002년 11월 20일 포스코가 이사회에서 청산 추진 및 출자금 대손처리를 결의하고, 12월 2일 열린 포스벤 이사회가 청산을 결의했으며, 12월 23일 열린 청산 주주총회에서 청산을 승인함으로써 포스벤은 청산 절차를 밟았다.

그 결과 포스코건설은 법인의 10% 지분 참여 자본금 1120만 달러를 포함한 대위 변제로 378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그러나 설비공급을 통해 2200만 달러(288억원)의 이익을 남김으로써 어느 정도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다.

특히, 2004년 7월 포스벤 공개매각을 통해 1141만 달러를 회수했으며, 유보금으로 남겨놓은 201만 달러를 2006년 1월 회수할 예정이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건설은 이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HBI 프로세스의 기술자료를 비롯해 기본설계 자료와 주요 설비 사양, 시공 및 시운전 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사업관리 및 엔지니어링 능력을 배양했다. IMF 직후인 1998년 3~4월에 발주처와 협의해 2000만 달러를 조기 수금함으로써 회사의 외화 자금 수지 개선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적 관련 업무를 매뉴얼화 해 타바존 프로젝트에 적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