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창립 새로운 건설문화 창조의 선봉장 - 거양개발
성장 기반 구축 조직과 경영진의 변천
철강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선구자 - PEC 포스코건설로 사명 변경
 
나. 국내 건설산업의 동향과 E&C화 조짐

1980년대까지만해도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선진국과 달리 엔지니어링과 시공이 이원화돼 각기 다른 경영체제로 운영되면서 엔지니어링 분야보다 시공 분야의 발전이 앞선, 선진국과 반대의 형태로 성장해왔다. 1970년대 개발 붐과 중동건설 활황 등이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즉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피나는 기술개발 노력이 없어도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대처하기만 하면 생존과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GDP의 15%를 점유할 정도로 건설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한 것이 자연성장을 가능케 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UR 타결과 WTO 체제의 출범 등에 따른 세계화·개방화 그리고 신경제 질서는 우리 경제의 모든 부분에서 국제경쟁력을 요구하게 됐으며, 건설 분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특히 1997년 국내 공공건설 시장의 전면 개방을 앞두고 있어 우리 건설업계가 국내외에서 외국의 선진 E&C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견되고 있었고,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만이 건설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었다.

과거처럼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에 의존한 시공 중심의 건설업으로는 경쟁력 혹은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이미 우리나라의 건설 노임 단가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러 있었고, 그나마 수급마저 어려워지고 있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은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고품질의 서비스 수준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요구하게 됐다.

바야흐로 건설산업은 기능 위주에서 질 위주로의 전환을 강요받고 있었고, 기업들 역시 수요 주도형 경영체제로 변신하지 않으면 치열한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진국 업체들에 의한 국내 건설시장의 일부 잠식은 불가피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건설업체가 해외로 진출할 기회가 다변화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해외건설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1995년 당시 해외 건설공사 발주 예상이 2085억 달러에 달해 그동안 중동이나 동남아에만 치중해 왔던 해외 건설이 세계 최대의 건설시장인 미국이나 일본 등지로 진출하는 도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즈음 건설시장의 개방 및 건설산업의 선진화와 관련해 경쟁력 혹은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종합화 혹은 E&C화였다.

건설업은 공정과 기술의 다기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공정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여러 전문업체로부터 다양한 기술자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을 기하려면 무엇보다도 수직적·수평적 통합이 중요하다. 수직적 통합이란 기획단계에서부터 설계, 시공, 감리감독 등의 여러 기능을 통합 체계화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평적 통합이란 토목, 건축, 플랜트, 설비 등의 기능들을 서로 연계 조정해 건설상품 생산의 효율성을 기한다는 의미이다.

종합화의 근본 목표는 통합에 따른 ‘기술경제’를 이루는 데 있다. 과거와 같이 건설산업이 노동집약적이며 재래식 공법에 의존할 때는 통합에 따른 경제 편익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분업화에 의한 경제효과가 더 강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건설산업이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종합화 또는 E&C화의 필요성이 중론을 이루고 있었다.

통합은 기술경제 획득 외에도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통합에 따른 공기단축은 물론, 자재 및 인력감소 효과 그리고 거래 비용과 정보 비용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으며, 아울러 생산영역 또는 사업영역을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이 같은 E&C화된 기업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당시 구미 산업사회에서 점차 다양화하고 고도화하는 건설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식의 집약화와 시스템화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기업 스스로 변신한 것이었다.

그들은 종래 단순한 하청업 개념인 시공 중심 기술에서 발전해 각 부문별로 전문화를 시도했다. 특히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적인 기술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E&C 기업으로 변신, 공격적인 수주로 세계 건설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1970년대 이후 해외투자가 증대되면서 E&C화가 촉진됐다. 일본은 미국의 E&C화된 건설업체를 모델로 삼아 구체적인 사례를 연구하고 사내에 E&C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경쟁력 있는 E&C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기업의 E&C화가 처음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포스코건설을 출범시킨 것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