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창립 새로운 건설문화 창조의 선봉장 - 거양개발
성장 기반 구축 조직과 경영진의 변천
철강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선구자 - PEC 포스코건설로 사명 변경
 
라. 조직 융화를 위한 노력
포스코건설은 세계적인 종합 E&C 회사를 지향하며 탄생했지만 조직융화를 통한 기반구축이 급선무였다. 포스코의 건설본부와 엔지니어링본부, 거양개발과 PEC는 각각 나름대로의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합쳐져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경우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 선진화를 이루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역량결집을 위한 조직의 융화가 전제되어야 했다.

포스코건설이 출범하기 전에는 건설본부와 엔지니어링본부는 포스코 내에서 사업관리 업무를 수행했고, PEC와 거양개발은 포스코의 사업관리 아래서 제철소 신증설에 따른 엔지니어링 업무와 건설 업무를 수행해 왔기 때문에 조직문화가 조금씩 달랐다. 포스코의 제조업 문화와 거양개발의 건설업 문화, 그리고 PEC의 엔지니어링업 문화의 차이가 상대방의 전문성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알게 모르게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한경쟁의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직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 외부와 경쟁해야 했다. 초대 손근석 회장을 비롯해서 경영진들은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초창기 경영방침을 자율과 창의를 통한 참여경영으로 정하고 자율에 의해 책임을 지고 평가받는 사풍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조직 융화와 자율과 창의가 바탕이 된 새로운 기업문화의 정착은 포스코건설이 풀어야 할 숙제로 제시된 것이었다.

포스코건설의 출발은 거양개발이 포스코개발로 체제를 전환하고 PEC를 흡수합병한 이후, 포스코의 엔지니어링본부와 건설본부 인력이 1년 동안 순차적으로 합류해 옴으로써 체제를 갖추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의 계열사들인 RIST와 포철산기(POSMEC)의 인력이 넘어와 기술연구소를 형성했고, 본격적으로 건설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외부에서 경력직원까지 영입하다 보니 출범 초기에는 한 지붕 세 가족, 한 지붕 다섯 가족, 심지어 한 지붕 여섯 가족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실제로 출범 당시인 1994년 12월 1일 기준으로 포스코건설을 구성하는 인력들을 출신 회사별로 나누어 보면, 거양개발이 1022명, PEC가 531명, 포스코 소속으로는 건설본부가 75명, 엔지니어링본부가 196명, 기타 22명으로 293명이었으며, RIST와 POSMEC 등 계열사 47명 등 모두 1893명이었다. 이후 1996년 1월 1일 포스코 건설본부의 잔존 인원 75명, 엔지니어링본부 잔존 인원 39명, 기타 7명 등 포스코 인력 121명이 추가로 옮겨왔다. 여기에 새로운 사업을 위해 경력사원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전체 구성원 수가 2000명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포스코라는 큰 울타리 안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각기 다른 회사에서 모인 적지 않은 인력들이 새로운 회사에 모여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에다 거양개발이 PEC를 흡수한 데 따른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이들 모두에게 새로 포스코에서 옮겨오는 인력들에 대한 거부감이나 일종의 열등감이 없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자신들에게 발주자였으며, 모회사 직원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고 심지어 ‘점령군’이라는 적절치 못한 표현들도 나오기까지 했다. 모회사인 포스코에서 이동한 직원들의 경우에도 전망이 불투명한 계열사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었다. 포스코건설로의 통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했지만, 서운한 감정을 가지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포스코건설은 합병 초기부터 서로 다른 집단을 융화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직원들의 대우도 동일하게 하기 위해 직급과 급여를 조정했다. 그룹 전체의 비전을 직원들에게 주지시키며 포스코건설의 출범이 흩어진 그룹 내의 역량을 한 데 모음으로써 시너지 효과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으며, 인사제도는 조금의 차별도 없도록 했다.

관건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사고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전 직장에서 몸에 밴 사고와 행동양식을 버리고 새로 포스코건설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 일환으로 고유의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BEST POSEC 운동’을 전개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문화를 일구고 비전과 장기 목표, 사원정신 등을 담고자 했으며, 계층별, 부문별 간담회, 토론회, 워크숍, 간부 세미나 같은 활동을 자주 마련한 것도 이의 일환이었다. 임원들은 합숙 토론을 통해 회사의 목표와 미래를 설정했고, 이를 토대로 간부들은 합숙 훈련이나 세미나, 직원들은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조직의 통합화를 이루어 나갔다. 초창기의 이 같은 집중적인 노력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통합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