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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가 지식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했던 1999년은 IMF 체제였던 1998년에 2차례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최고의 E&C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 또한 헛구호로 끝나고 말 위기 상황이었다.
이러한 흐트러진 분위기를 쇄신하고 세계 으뜸 E&C기업이라는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회복과 지식의 공유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했다. 특히 회사의
문제점이나 개선사항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고민하며, 개인과 회사의 발전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토론의 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보다 앞서 운영을 시작한 포스코의 포스비를 모델로 2000년 2월 22일 사이버 공간에
모아광장을 개설했다.
모아광장 개설 초기에는 회사에서 안건을 제시하고 반드시 기명으로 토론에 참여하게 했다. 이후
무기명으로도 참여할 수 있게 했으며, 2001년 이후부터는 주제와 토론자의 기명 유무에 관계없이
어떤 내용이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자율과 신뢰가 정착된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토요 자유복장, 연월차 휴가 등 사소한 문제에서 출발해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별 승진제도, 효과적 E&C조직 등에 이르기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에 관계 없이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해 진 다음에는 승진이나 제도 등의 민감한 문제까지도 거론되기 시작됐다.
특히 ‘펄프픽션’이란 필명으로 회사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풍자적으로 쓴 글이 전 직원들의 뜨거운
관심과 흥미를 유발했는데, 이것이 모아광장 활성화에 커다란 분수령이 됐다.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지 직원들 모두가 놀라움을 갖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서 직원들이 회사를
신뢰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후 모아광장에서는 타사에서는 금기시되어 있는 조직개편에 대한 토론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핵심사업 분야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한 조직확충에 대해서까지도 뜨거운 논쟁이 붙어 회사에서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토론 내용을 상당부분 반영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모아광장과 유사한 토론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회사처럼 주제에 제약
없이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절제 속에서 제기되고, 적절치 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정되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꾸준히 운영되는 예는 거의 없다.
이렇듯 모아광장이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살아있는 토론방으로 운영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직원들의 긍정적인 사고가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노사간 신뢰의 길을 닦는데 크게 기여한 모아광장을 이끌어 오는 데는 반드시 지켜왔던 원칙이 있었다.
그것은 올라 온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등록자를 추적하지 않는다는 것과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관련부서에서 반드시 답변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모아광장은 우리회사
고유의 성숙한 토론문화의 장으로 자리잡았음은 물론 노사간의 신뢰를 회복하게 했고, 자율적인 변화관리의
토대까지도 쌓을 수 있었다.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더 큰(more) 경쟁력을 보유하자는 뜻의 모아광장은 포스코에 몸 담은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줄곧 인사노무 업무에 종사한 나의 경력에 큰 보람과 자부심을 가져다 준
소중한 실험적 재산인 동시에 우리 포스코건설인 모두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끼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공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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