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20여년 동안 포스코에 몸 담고 있을 때에는 포스코건설을 단편적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러나 2004년 3월 포스코건설의 경영기획과 재무 업무를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보임 받고 회사의 경영현황을 세세히 살펴보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착실한 성장과 내실을 다지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건설업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위험 부담에 대해 계량적 관리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국내 기업 신용평가 기관들로부터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 연속 우리나라 건설회사 중 가장 우수한 신용등급을 획득할 정도로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전임 박득표 회장님과 고학봉 사장님, 그리고 CFO였던 박종국 전 부사장님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확고한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되어 이룩해 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포스코에서 오랫동안 재무 분야를 책임지면서 포스코건설을 포함한 모든 출자회사의 튼튼한 재무구조를 강조해 왔던 것이 일부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포스코의 오랜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포스코건설이 잘 지켜오고 있음은 정말이지 자랑스럽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최우수 신용등급과 튼튼한 재무구조는 IMF 관리체제가 끝나 갈 무렵인 2000년 이후 포스코건설이 일반건설 부문으로 진출하는 데 초석이 되었고, 시공능력 순위 평가에도 반영되어 명실공히 포스코건설을 건설업계의 선도기업이라는 반석에 올려 놓은 일등공신의 역할도 해 주었다.

포스코건설의 재무업무를 책임지게 된 나로서는 선배들의 이러한 훌륭한 업적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재무 경쟁력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 무디스나 S&P 같은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영환경이 글로벌화될수록 이들 기관의 평가는 해외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은 물론 프로젝트 수주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우리 회사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따라올 수 있는 건설회사는 국내에 없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이것은 좁은 우리나라 안에서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우리의 재무 경쟁력이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으며, 하루빨리 그들과 견줄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만 한다.

둘째로 성장성과 수익성의 밸런스를 중시해야 한다. 우리회사는 출범 후 지금까지 10년간 급속한 성장 속에서도 흑자경영의 전통을 이어 왔다.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밀착 관리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셋째로 자금 운영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 가야 한다. 건설업은 필연적으로 선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 수급상의 언밸런스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러한 언밸런스를 바로잡기 위해 자산과 부채의 구성비 및 지불과 수금의 적절한 균형, 그리고 현금 흐름 위주의 경영을 통하여 더욱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 가치 제고에 주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의 가치를 올리면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여러 가지 혜택이 돌아간다. 따라서 기업가치 제고에 핵심적 요소인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심도있게 연구해야 한다.

매출이 많은 기업이 우수기업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익을 많이 내고,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이 각광받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포스코건설이 세계적 우량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