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우리 회사가 동해안권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포항 죽도시장과 자매결연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자매결연은 시내와 떨어진 농촌이나 어촌과 같은 벽촌 마을과 해야지 그래도 사정이 괜찮은 시내 한복판의 죽도시장과 맺으려고 하느냐?’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죽도시장은 일반 점포 1400여개와 노점상 800여개 등 모두 2200여개의 점포가 모여 있는 대형 재래시장이다. 1개의 점포에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고 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8800명의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라는 간단한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50만 포항시민이 들락거리는 죽도시장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명성을 구가해 오던 죽도시장이 최근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 등 외지 대형 자본의 공세에 밀려 쇠퇴일로를 거듭해 오고 있었다. 다행히 포항시와 지역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시설 현대화는 일부 이루었지만, 시끌벅적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재래시장 본래의 분위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만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포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우리 회사가 죽도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한달 이상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어느 신문에서 ‘FF’(Fourth Friday: 매월 넷째주 금요일 재래시장 가기) 라는 재래시장 이용 촉진 운동 캐치프레이즈와 관련된 기사를 읽고 죽도시장과의 자매결연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 회사 포항 주재 임직원이 600여명에 이르니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2500여명이나 되는데, 이들이 시장 나들이를 하고 이용한다면 직원 가족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되겠지만, 시장을 살리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이디어를 낸 뒤 곧장 상가 번영회를 찾아가 자매결연을 하자고 제의를 했다. 쇠퇴해가는 재래시장을 되살리는 희망의 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었다. 상가 번영회에서는 포항에 성장 기반을 둔 시공능력 7위의 대형 건설회사인 포스코건설이 자매결연을 하자고 하니 대 환영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그들이 말하는 약점이란 시장통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친절 서비스 마인드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상도 특유의 투박한 말씨 때문에 외지인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데 서비스 정신까지 결여되어 있어서 고전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서비스 마인드 향상을 위해 정기적인 교육을 주선해 주고, 매월 특정일을 정해 우리 임직원들이 가족들의 손을 잡고 단체로 시장 보는 날 행사를 갖기로 했다. 또 많은 아이디어 중에 우리나라 어느 재래시장에도 없는 국내 최초의 시장 상품권(죽도시장 사랑권) 발행 등 후속 업무를 진행했다.

우리 회사의 자매결연 소식이 전해진 후 포항상공회의소 등 지역기관, 단체에서 회원사를 중심으로 지역의 재래시장과 자매결연을 추진 중이며, 포스코도 죽도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니 아마도 우리 회사의 이 같은 노력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분명한 계기가 된 듯하다.

나는 포항의 뿌리이기도 한 죽도시장에 우리 회사가 작은 희망의 나무를 처음 심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죽도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 우리 회사가 심은 희망의 꿈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풍성한 그늘이 되길 우리 모든 임직원과 함께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