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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
사내 벤처가 시작된 계기는 수도권 매립지 고화시설 운영 과정에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떠오른
착상에 의해서였다. 슬러지 고화처리 공정은 암모니아 가스에 의한 심한 악취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고화제 가격이 전체 운영비의 50%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 고화제를 개발한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었다. 마침 사내 벤처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나를 비롯한 직원
3명과 현장에서 채용한 인력 2명이 모여 3R이라는 이름의 사내 벤처를 시작했다.
2000년 12월 기술개발에 돌입한 우리는 제철소에서 발생되는 슬래그, 중성 고화제인 석고와
일부 반응 조절제, 티타늄공장의 폐슬러지 등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재료를 총동원하며
7개월간 끝없는 실험의 반복을 거쳐 마침내 ‘골드’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초기 실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몇 차례의 실제 실험에서 악취제거 효과를 확인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는 구매 의사를 밝히며
구입 단가에 대해 구체적인 협상까지 진행될 정도였다.
2001년 7월, 최종 대량생산 실험을 통해 성능 확인 후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대량생산
실험에 착수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겨울과 봄 사이에 실시된 실험과는 달리 한여름에 실시된
최종 생산 실험에서는 슬러지 내 미생물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부패가 진행돼 악취가 발생한 것이었다.
고화제 개발 실패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다. 사내 벤처 중간평가에서 활동을 중단할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우리를 믿고 다시 기회를 주었다. 멤버들은 고화제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악취제거 공정을 개발하기로 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험을 반복했다. 암모니아
가스에 의한 악취를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각종 논문을 통해 확인했다. 암모니아 가스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중탄산암모늄(고형물)이 생성되면서 암모니아 악취를 제거하는 방법과 고화제와 슬러지를
혼합하면서 건조해 동시에 수증기 중으로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방법 두 가지를 선택해 비교 검토했다.
이산화탄소 방식은 비용이 높으면서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포기하고 고화처리와 건조처리를 동시에
하면서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방법을 채택해 랩 장치를 만들어 실험에 착수했다.
다시 각종 장치들과의 지루한 씨름이 시작됐다. 혼합률의 불량, 이송장치의 막힘, 배기가스에서의
악취 등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이를 해결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2001년 12월 사내 벤처 1단계가 종료됐고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매출은 제로였으며, 사내
벤처 제안 당시 회사와 약속한 목표에 모두 미달 됐다. 그러나 사내 벤처 평가위원회는 또 한번
1년간 기회를 더 주었다. 기술을 중시하는 우리 회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멤버들은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2002년 12월, 사내 벤처 2단계가 끝날 즈음에도
우리는 꿈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사내 벤처 활동은 종료되고 말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우리의 못다 이룬 꿈은 결국 기술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이후 어느 정도 열매를 맺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2003년 7월 환경신기술 제69호로 지정을 받았고, 소형 플랜트(3톤/일)를
광양제철소 주택단지 내에 설치해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하수 슬러지의 매립 금지
및 해양 투기의 억제 등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우리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멤버들은 열심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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