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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참으로 답답했다. 핵심 분야는 왜 늘 외국 기술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내가 대우중공업을 거쳐 1989년 10월 포스코엔지니어링에 입사할 때부터 가슴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었다. 설계 작업이 막힐 때마다 외국에 자문을 구해야 하니, 외화 유출도 문제였지만
능률도 오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김구 선생을 생각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다 바쳤던 김구 선생이 남긴
한마디가 귓전을 맴돌았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의 독립이요’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요’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요’하고 대답할 것이다. 나 김구의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는 없다. 내
과거의 70평생을 이 소원을 위해 살아 왔고, 지금도 이 소원 때문에 살아 있고, 미래에도 나는
이 소원을 위해 살 것이다.”
김구 선생의 말씀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기술독립’이란 단어를 되뇌었다. 적어도 내가 일하는
분야인 구조기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우리의 기술로 우뚝 서고, 나아가 세계를 제패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마이다스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정식으로 회사(PEC)의 명을 받아 수행한
일이 아니었기에 드러내놓고 일(마이다스 프로그램 개발)을 벌일 형편이 못됐다.
어찌됐든 나와 함께 뜻을 같이 하는 지금 마이다스아이티의 류승일 상무, 김근섭 이사, 박임구
이사 등이 모여 매일 근무시간 이후에 따로 만나서 밤늦도록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토요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회사에 나와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갔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에는 회사에 뭐라고 말할 형편이 못됐다. 그랬다면 아마 프로그램 개발을 왜 하느냐,
개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해서 순조롭게 진행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990년 11월 마이다스가 처음으로 CAD 분야 전문지에 소개됐다. 이듬해인 1991년 9월
마이다스 프로그램 버전 1.0이 만들어지면서, 건축 분야 전문지와 경제신문 등에서도 마이다스에
대한 소개가 나갔다.
마이다스 개발에 힘이 붙은 것은 1992년 4월 대한건축학회 발표회에 마이다스를 이용한 철골조
초고층 아파트 건축 설계에 관한 연구가 소개되면서부터였다. 이 발표회에 당시 정명식 포스코 회장이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우리나라의 저명한 구조 엔지니어였던 이창남 센구조사무소장이 발표를
듣고, 정명식 회장에게 마이다스 프로그램이 아주 좋으니 일반인들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바깥에서 마이다스 프로그램에 관심이 더 많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프로그램 개발 여건이 갑자기 좋아졌던 건 아니었다. 개발자들이 CAD/CAE 개발실로
자리를 옮겼지만 특혜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기본적인 업무는 다 하고 밤 시간을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버전업 작업을 이어갔다. 류승일 상무, 박임구 이사는 과로로 몸이 많이
안 좋아지기까지 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순간들이었다.
사내 분사를 거쳐 이제는 포스코건설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지만 기술 독립을 이루려 했던 그 때의
꿈은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 마이다스 개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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