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1999년 1월부터 PI를 강력하게 추진해 온 포스코는 2001년부터 계열사도 PI에 동참해 줄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모든 계열사는 PI 추진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으나, 우리 회사는 2003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건설회사에 적합한 ERP 모듈이 개발되는 추이에 따라 추진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던 중에 모아광장에 ‘사내에 시스템은 많은데 연계성이 부족해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배경이 돼 2002년 7월에 기술연구소에서 PI 추진을 위한 정보전략보고서를 임원회의에서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경영진에서는 핵심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PI 추진을 경영기획실이 주관이 되어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때마침 포스콘이 PI를 마치고 가동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경영기획실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해 2002년 8월 12일 경영, 재무, IT 분야의 4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PI 준비반’이라는 명패를 달았다.

PI 준비반은 1개월간 사례 조사와 부서별 의견 수렴을 거쳐 PI 추진계획을 임원회의에 보고했으나 추진 사유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호응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만약 그 자리에서 박득표 회장님의 ‘우수한 컨설팅사를 선정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지시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PI는 거기서 중단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회장님의 지시를 마패 삼아 컨설팅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고, 9월 13일에는 국내 유수의 4개 컨설팅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KPMG가 1위를 차지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또 하나의 장애가 PI 추진을 가로막고 있었다. 컨설팅사 선정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우리 회사 스스로 먼저 문제점을 분석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지시를 받게 된 것이다. 그 동안의 작업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사업부서와 포스데이타 인력을 보강해 총 11명으로 프로세스진단추진반을 구성하고 2003년 2월까지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를 4월 22일 임원회의에 보고해 PI 추진사유에 대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시행착오 방지를 위해 입증된 시스템을 도입하라는 지시를 받아 절반의 승인을 얻는데 그쳐야 했다.

이에 따라 5월 15일부로 각 본부별로 PI를 책임질 요원들을 보강해 ‘업무프로세스개선추진반’을 새롭게 출발시켰다. 그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베어링 포인트(구 KPMG)와 1개월간에 걸쳐 PI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그 결과를 임원회의와 프로세스 오너 워크숍을 통해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I 추진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결국에는 본부장들이 직접 본부별 업무 프로세스 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하게 했다. 그제야 어느 정도 PI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PI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9월 6일에는 직원 공모를 통해 추진반의 명칭을 ‘e-프로세스추진반’으로 개칭했고, 인력과 조직을 보강해 총 28명, 6개팀으로 확대 개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10월 9일에는 기흥의 기술연구소에서 PI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PI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PI 준비에 1년 2개월이라는 길고 험난한 여정을 겪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PI 추진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 형성과 PI를 정확히 이해한 추진요원 확보라는 2가지 성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준비기간이 남달리 힘들었던 만큼 PI의 결과는 몸에 잘 맞는 편안한 옷처럼 우리 회사에 꼭 맞는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