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로 일컬어지는 IMF 관리체제를 맞아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많은 학자와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IMF의 관리를 받게 된 원인으로
투명성이 결여된 기업경영과 윤리적 경영자의 부재를 들었다.
결과적으로 IMF 관리체제는 투명성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경영체제를 갖춘 기업만이 생존하고
영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선진국들은 이미 윤리경영을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500대 기업의 90% 이상이 기업윤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이렇듯 외국 선진기업과
경쟁하고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도 윤리경영이 반드시
필요하게 됐다. 즉 윤리경영은 이제 여유 있는 기업이 추진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업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으로서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미래 성장동력의 또 다른 열쇠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2003년 6월 2일 윤리규범을 선포하고 회사 경영활동에서 기업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며, 업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행할 것을 결의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우리
회사도 윤리규범 선포를 검토했지만 수주산업이라는 건설업의 특성상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우리 회사는 출범과 함께 투명경영을 추진했기 때문에 다른 건설회사들로부터 소위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출범 초기에 국내 30대 건설회사만 회원으로 가입하는 ‘한국건설협회’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회원사들이 반대를 한 것이었다. 포스코건설은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이런 일이 있었기에 우리 회사가 앞장서서 윤리규범을 선포하면 또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출범할 당시 ‘비리’, ‘담합’ 등으로 얼룩진 건설업계의 네거티브한 이미지를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소금의 역할을 해 보겠다는 정신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박득표
회장의 ‘수주를 못해도 좋으니 윤리규범을 실천하라’는 강력한 지시가 있어 2003년 7월 10일
윤리규범을 선포했다. 우리 회사의 윤리규범 선포가 계기가 돼 몇몇 대형 건설사들도 윤리경영을
선언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와 조금 다른 점을 엿볼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기업 차원의
윤리와 개인 차원에서의 윤리를 모두 강조하는 좀더 완벽한 체제라면, 다른 건설사들은 개인 차원의
윤리는 강조하지만 기업 차원의 윤리는 그렇게 강조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윤리경영을
실천하면 수주에 곤란을 겪을 것을 우려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윤리규범을 선포한 2003년의 수주가 3조 4000억원 정도였는데, 2004년에는
이보다 20% 가량 신장된 4조 700억원 가량의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때문에 수주가 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윤리경영을 통한 페어플레이가 일감 확보에 장애가
된다는 논리는 틀린 듯하다.
어쨌든 윤리규범을 선포하고 그 후속조치로 회사 홈페이지에 사이버 신문고를 개설해 제보를 받고,
회사에서 체결하는 모든 입찰 및 계약에서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협력업체와는 거래 물량을 축소하거나
거래 관계를 중단하는 ‘윤리실천 특별약관 제도’를 시행했다. 또 협력업체에 ‘명절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에 참여할 것을 당부하는 등 윤리경영 실천에 동참을 요청하는 서한을 수차례에 걸쳐
보내기도 했고, 직원들의 비윤리 행위 방지를 위한 신고보상제를 실시하는 등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회사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깨끗한 회사지만, 앞으로도 더욱 투명하고 맑은 경영을 통해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새로운 건설문화를 만드는데 이정표를 세운 회사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감사로서의 직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
